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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화. <자진(字陣)>
그 후에 윤재성은 대정국의 문무(文武) 모두를 고르게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고, 계연도 이에 무척 동의하는 바였다. 윤재성과 윤청은 문치(*文治: 학문과 법령으로 세상을 다스림)를 바탕으로 부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비록 길고 지난한 과정일 테지만, 백성들을 가르치고 관리들을 깨우치도록 하며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 중에 단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윤재성은 장래에 대정국이 더욱 강성한 나라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계연과 윤재성 모두 가장 중요한 전제는 황제가 그 길을 관철하는 것, 그리고 관원들이 그의 정책을 잘 따르는 것에 있다는 걸 알았다.엔트리파워볼
뒤이어 저녁 식사에는 저택의 요리사들이 만든 요리들과 더불어, 윤 부인이 만든 계주, 그중에서도 특히 영안현의 특색 요리들이 올라왔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식탁 앞에 앉은 이들이 모두 연이어 감탄했으므로 윤재성의 부인은 몹시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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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섣달이 다 지나도록 계연은 그곳에 머물렀다.
점점 더 경사스러워지는 분위기 아래, 대정국에 마침내 새해가 다가왔다. 계연과 윤씨 집안사람들이 함께 밤을 새우던 시각, 재상부 위에는 한 줄기 검광(劍光)이 비쳤다. 넝쿨검이 또다시 새해의 기운을 맞아들이는 순간이 된 것이다.
윤중은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경외심과 호기심을 담아 계연을 대했고, 시간이 지나 서로 친밀해진 후에는 시간만 나면 계연을 찾아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EOS파워볼
신기한 이야기는 항상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이었다. 혹은 다 큰 성인일지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윤청과 윤재성도 자주 이야기를 들으러 함께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윤청은 새해의 분위기를 구경시켜 주려고 호운을 데리고 시정으로 나섰다. 윤재성은 홀로 서재에 앉아 공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새해와 상관없이 여전히 공문을 들고 입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중은 홀로 계연의 거처에 가서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계연은 항상 기회만 있으면 해가 높이 뜰 때까지 자곤 했다.
바깥의 기척을 듣고 계연은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았다. 방문이 있는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니 윤중의 호흡 소리가 들렸고, 왕성한 화기(火氣)도 보였다.
그는 겉옷을 걸치고 윤중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끼익-.
문이 열리자 윤중은 옷을 달랑 걸친 계연을 발견했다. 계연은 심지어 비녀조차 꽂지 않고 자유롭게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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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선생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좀 더 따뜻하게 입으시지 그러셨어요.” “들어오렴. 네 형 어릴 때와 똑같구나.” “예!”
윤중은 흥분한 기색으로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잘 닫았다. 그러고는 고분고분하게 탁자 앞에 앉아 차를 두 잔 따른 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만히 기다렸다.로투스바카라
아침마다 탁자 위에 준비된 찻물은 항상 뜨거웠다. 계 선생님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하인이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올 리 없으니, 이는 간밤 동안 찻물이 식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윤중은 무척 기이하게 여기면서도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계연은 침상 머리맡에 놓인 묵옥(墨玉) 비녀를 바라보았다.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옥비녀에 닿자, 그 위로 은은한 빛이 서려 무척 아름다웠다.
계연이 묵옥 비녀를 집어, 틀어 올린 머리 위에 꽂았다.
“호야,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여 그 후에 공명(功名)을 얻어…….” 계연이 윤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는 얼굴로 말을 끊었다.
“나는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물었지,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네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은 게 아니야. 나이에 비해 네 무공 실력이 꽤 괜찮더구나!” 윤중이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목을 웅크린 다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소리 죽여 계연에게 물었다.
“계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아 참, 신선이시죠. 절대로 아버지와 형님에게 말하면 안 돼요…….” 그러자 계연이 웃으며 탁자 옆에 앉았다. 윤중의 잔뜩 긴장한 얼굴이 우스웠던 계연은 차를 한입 마신 뒤 이렇게 대답했다.
“네 아버지와 형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똑똑한 이들인데, 네가 무얼 하든 그들을 속일 수 있을 것 같니?” 윤중이 계연의 말을 듣더니 우물쭈물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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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계속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아원에게 무공을 배운 건 최근 몇 달이고, 그동안 아버지와 형은 계속 바빴으니 아마…….” “아마 모를 거라고?”
윤중이 고개를 끄덕이자 계연이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진아원(陳阿遠) 그자는 윤 훈장님의 충복이야. 그가 윤 훈장님께 말도 없이 네게 무공을 가르칠 리가 없어. 그러니 네 아버지와 형이 모두 동의한 것이 분명하단다. 자, 그럼 다시 묻겠다. 앞으로 무얼 하고 싶니?” 윤중은 가만히 손안의 찻잔을 돌리다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지방관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조정에서 다른 이들과 입씨름하기도 싫고요. 남은 인생 내내 책을 읽고 글만 쓰고 싶지는 않아요…….” 윤중은 고개를 들어 계연을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렇게 골치 아프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저는 세상을 떠도는 협객이나 대장군이 되고 싶어요!” “몇 달 만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걸 보면 네게는 분명 자질이 있어!” 계연의 칭찬을 듣고 윤중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힘이 좋았거든요. 그동안 배운 것도 기초일 뿐이고요. 아직 한참 멀었죠!” “안타깝지만 네가 협객이 되는 건 그다지 가능할 것 같지 않구나. 하지만 만약 무장이 되고자 한다면 집안에서도 그리 반대하지 않을 거야. 다만 대장군이 되는 것은 협객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을 듯하구나.” “왜요?”
계연이 진지한 얼굴로 윤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스스로 잘 생각해보렴.” 윤중은 계연의 회백색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마치 오래된 우물 같았고, 그 우물 위로는 밝은 달이 비쳐 보였다.로투스홀짝
“아버지 때문에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반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 때문에…….” “하하! 그래, 맞아. 황제가 아무리 너희 윤씨 집안을 신뢰한다 해도, 문무의 각 수장이 전부 윤씨 집안에서 나오도록 두지 않을 거란다. 그렇게 되면 조정의 권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니까.” “그럼 저는 어쩌죠?”
계연이 윤중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글공부도 무공 수련도 모두 열심히 하렴. 자신의 마음에 물어도 부끄럼이 없도록 행동하면 된다.” 윤중은 알쏭달쏭한 그의 말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계연은 뒤이어 서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 책은 네게 주는 거란다. 내용이 조금 어수선하지만, 이 책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도록 해보렴. 참, 이건 어디를 가든 꼭 들고 다녀야 한다.” 계연이 건넨 책의 표지에는 <자진(字陣)>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이는 계연이 그간 윤중을 관찰하며 밤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적은 것으로, 작은 글자들이 진을 치고 서로 말싸움을 하던 광경에서 깨달음을 얻은 내용이었다.
안에 적힌 내용에는 깊은 이치가 담겨있었으나, 계연은 군사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으므로 그 안의 내용은 윤중이 알아서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어느 정도 삿된 것을 물리치는 힘이 담겨있었다. 이는 계연이 윤중에게 주는 일종의 호신 부적이기도 했다.
사실 윤중이 얻은 <자진>은 아직 완전한 내용이 아니었다. 계연은 거기서 좀 더 발전시켜볼 예정이었으나, 그것은 윤중과는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사실 윤중은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뛰어난 아버지와 형을 둔 데다 그 자신도 뛰어난 머리를 지녀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윤중은 계속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윤중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집안 식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다른 이들이 자기 집안을 헐뜯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황색 표지의 서책은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마 표지에 적힌 두 글자가 너무나 뛰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윤중은 서책을 이리저리 넘겨 보았다. 안에는 전부 빽빽한 글자였는데, 자세히 보면 많은 글자가 병사들이 이룬 진(陣)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안에는 각종 실선과 궤적이 그려져 있었다.오픈홀덤
이 책에는 현묘한 구석이 있어, 단번에 윤중의 흥미를 끌어당겼다. 게다가 계연이 오로지 윤중을 위해 만든 책이기도 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지게 되어있었다. 그것을 꾹 참고 읽어나간다면 결국 혼절하게 될 것이다.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윤중은 손에서 놓질 못하고 계속 뒤적였다. 진법을 닮은 글자들의 배열에는 전후좌우로 모두 조합할 수 있는 규율이 있었다. 심지어 병력이 용맹하게 진격하는 화면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도 했다. 신기한 동시에 흥미롭기까지 한 책이었다.
“제 부친께서 쓰신 묵보(墨寶)를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선생님의 글자도 이토록 뛰어날 줄은 몰랐어요. 참,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선생님의 서신을 읽은 적이 있었네요. 저는 예전부터 선생님 글자가 뛰어난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하, 내 환심을 사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아니요! 제가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라고요!” 윤중은 진심이 가득 담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고 말했다.
“계 선생님, 지난번의 그 무서운 귀신 이야기 끝까지 들려주세요!” “음? 무섭지도 않으니?”

“아니요! 저는 사내대장부이고 크면 대장군이 될 사람인걸요!” 계연은 그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동의한다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이렇게 물었다.
“참, 어젯밤에 누군가 혼자 자기 무서워서 형 방으로 건너갔다 들었는데?” “어…….”
윤중은 표정이 딱딱히 굳더니, 어색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계연은 비록 그를 놀리긴 했지만 이쯤에서 가르침을 주기로 했다.
“호야, 내 말 잘 들으렴. 시체든 귀신이든, 요괴든 마귀든, 두려워해도 괜찮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기백을 잃으면 안 돼.” “평범한 사람들도 요괴며 귀신들과 맞설 수 있나요?” 윤중은 나이는 어리지만 받은 교육이며 시야가 보통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윤중은 같은 나이의 윤청보다 훨씬 총명했고, 때로 말하는 것만 들으면 애어른 같기도 했다.
윤중의 물음에 계연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모든 이가 요괴며 마귀와 대적할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사람들에게도 그들과 맞설 가능성은 있지. 네가 생각하는 요괴와 마귀는 요괴나 마귀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이들이란다. 이 세상에는 온갖 요괴가 살지만, 그중 약한 것들은 네가 한 손으로 죽일 수 있을 정도야. 호운 같은 여우 요괴도 예전에 하마터면 한 누렁개에게 물려 죽을 뻔했어.” “네? 호운이요? 개한테 물려 죽을 뻔했다고요?” 윤중은 가만히 잘 듣다가 그 부분에서 생각이 다른 데로 샜다.
“하하, 그래. 영안현에서 있었던 일이야. 그래서 호운은 그때부터 개를 몹시 꺼리지. 참, 호운 앞에서는 꼭 모른 척하렴.” 계연이 작은 소리로 이렇게 덧붙이자, 윤중도 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또 사람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말려무나.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많은 요괴가 몹시 부러워하는 일이란다. 또한 무공이 뛰어난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그런 삿된 존재들을 능히 상대할 수 있고, 어떤 특별한 사람들은 수행이 뛰어난 요물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지.” 그러자 윤중이 또다시 어리둥절해졌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건 신선인가요?” “물론 그런 이들은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없지.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 스스로 성취를 이룬 자들이거든. 귀신조차 그들에게는 존경을 표할 정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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